📢 히로시마 여행 예산과 주요 관광지, 꿀팁을 글 말미에 정리해두었습니다. 📢
올해 3월에 일본 히로시마 여행기를 썼었는데 최근에 검색 유입이 슬슬 생기고 있다.
그런데 여행기를 8달만에 읽어보니 장황하고 엉성하게 느껴져서 다시 썼다.

히로시마는 원자폭탄을 맞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때문인지 히로시마라고 하면 '원자폭탄 → 방사능 → 위험한 도시?!' 라는 희한한 걱정을 하는 사람도 있다.
히로시마는 상공에서 원폭이 터졌고 그 성분이 다 날아갔으므로 방사능 걱정은 접어두자.
오늘날의 히로시마는 인구 119만 명으로 일본 10대 도시권이다. 울산광역시, 수원시와 맞먹는 규모다.
1일차

3시간 자고 새벽 4시에 일어났다.
인천공항까지는 자가용을 이용했다. 이게 공항버스보다 저렴하고 싸게 먹혔기 때문이다.
저공해라서 3일 주차비가 13,500원이니까, 톨비와 기름값을 더해도 공항버스보다 이득이었다. (공항버스 가격 좀 깎아야 한다.)
장기주차장에 주차하고 내부순환셔틀로 이동했다.

한국의 LCC 중에선 제주항공이 히로시마에 취항했다. 땡처리표를 잘 잡으면 10만원대 중반에도 왕복 비행기표를 구할 수 있다.
히로시마까지 비행시간은 1시간 남짓 걸렸지만, 도착한 후 대기시간이 긴 편이었다. 공항이 조그맣기 때문일까?
공항버스를 타고 히로시마 도심으로 이동했다. 점심식사는 '밋쨩 총본점'에서 오코노미야끼를 먹었다.
https://maps.app.goo.gl/9kYhfm9obfkMo95m6
밋쨩 총본점 핫쵸보리 본점 · 일본 〒730-0013 Hiroshima, Naka Ward, Hatchobori, 6−7 チュリス八丁堀 1F
★★★★☆ · 오코노미야끼 전문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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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한국에서 '오코노미야끼'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는, 요리사가 철판 위에서 오코노미야끼를 구워서 바로 앞의 손님에게 밀어주는 이미지인 것 같다.
이는 오사카식 오코노미야끼다. 반면 히로시마식 오코노미야끼는 부침개처럼 접시에 담아서 내놓는 것이 특징이다.
식사 후 시내를 돌아다녔다. 사실 나도 '히로시마' 하면 '원자폭탄 맞아서 쑥대밭 된 도시' 이미지밖에 없었는데, 굉장히 번화하고 규모가 큰 도시였다.
내가 얼마나 시야가 좁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히로시마에는 '히로덴'이라는 노면전차가 돌아다닌다. 난생 처음 타보는 트램이라 신기했다.
대중교통은 '모비리 투어리스트 패스'를 이용했다. 일정 기간 대중교통 무제한 탑승이 가능한 패스권이다.
패스 종류가 다양한데, 나는 노면전차뿐 아니라 버스와 페리(미야지마섬 왕복) 탑승까지 가능한 것을 샀다. (3일 2000엔=약 18000원)
https://www.mobiry.jp/en/ticket/
Ticket Information|MOBIRY
This is the Ticket Information page on MOBIRY.
www.mobiry.jp
사용 방법도 간단하다. 기사님께 투어리스트 패스 화면을 보여드리면 끝이다.
한번은 인터넷이 끊겨서 웹사이트가 로딩되지 않았는데,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기사님께 "모비리 투어리스트 패스..." 하고 말씀드리니까 그냥 내려도 괜찮다고 하셨다.

노면전차를 타고 일본식 정원 '슛케이엔'에 방문했다. 정원이 넓고 잘 관리되어 있었지만 벚꽃이 만개해있지 않아서 아쉬웠다.
당시는 3월 중순이었다. 한 3월 하순이나 4월쯤에 방문하면 꽃이 활짝 피어 예쁠 것 같다.

다시 노면전차를 타고 미츠코시 백화점을 방문했다.
미츠코시는 일본의 백화점 체인이다. 이상의 소설 '날개'에서 주인공이 명동 거리를 헤매다가 어느새 옥상에 올라가 있었다는 그 미츠코시 맞다.
2층에 입점한 스타벅스에서 카라멜 마끼아또 하나 때렸다.
일본은 현금을 거래할 때 직원이 작은 접시를 건네는 것을 깨달았다. 되도록이면 이 접시에 현금을 올리고 받도록 하자.
https://maps.app.goo.gl/bfwwrFPg97zXfDDR8
Valie Hotel Hiroshima · Valie Hotel Hiroshima, 7-25 Kamihatchobori, Naka Ward, Hiroshima, 730-0012 일본
★★★★☆ · 일본 스타일 비즈니스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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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가 되어서 호텔에 체크인했다. 가격에 비해 시설이 깔끔하고 직원도 친절하셨다. 내 이름의 찬(chan)을 쨩(ちゃん)으로 발음하셔서 의도치않게 좀 귀여웠다.
새벽 4시부터 강행군을 펼쳤기에 방에서 쪽잠이나 자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길게 자버렸고 저녁이 되어서야 일어났다.
어느새 하늘이 어둡고 비가 내리고 있었다. 카운터에서 우산을 빌려 거리로 나왔다.
저녁은 근처 로컬 밥집에서 카츠동을 먹었다. 거의 마감 시간이라서 손님이 나밖에 없었는데, 물 한 모금 마실 때마다 점원 분께서 민망할 정도로 빠르게 물과 얼음을 리필해주셨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히로시마 관광의 핵심인 원폭 기념공원이었다.
비가 와서 그런지 관광객은 거의 없었다. 기념공원 내 자전거 탑승금지 안내판이 무색하게, 자전거를 쌩쌩 타고 다니는 잼민이들도 있었다.
원폭 공원 내의 설명문을 읽어보면, '히로시마가 왜 원폭을 맞았는지' 에 관한 설명이 정확히 빠져있다. 정보를 취사선택하고 있었다.

원자폭탄 투하가 제2차 세계대전을 끝낸 최후의 일격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추축국 측에서 마지막으로 발악하던 일본 제국이 패망하여 한국이 독립하게 된 결정적 계기이긴 했다.
그러나 원폭공원을 편한 마음으로 볼 수는 없었다. 위령비에 의하면 원폭 피해자의 1할이 한국인이었고 복구과정에서도 많은 희생이 있었다고 한다.
또 일본 일반인들(카츠동 집에서 물 리필해주시던 열정적인 점원분과, 자전거 타던 잼민이들이 떠올랐다.)도 원폭으로 죽은 셈이다.
오늘날의 러·우 전쟁을 보면서도 느끼지만 전쟁은 절대적으로 피해야 하는 최후의 카드이고, 참혹한 전쟁이 발발했을 때 가장 큰 피해는 소시민들에게 간다고 생각한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원폭공원을 돌고 호텔로 귀가했다.
적적한 비까지 내리던 히로시마의 밤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2일차
일어나자마자 체크아웃하고 오늘의 호텔인 '큐브 호텔 히로시마'에 짐을 맡겼다.
2일차의 주요 일정은 '미야지마 섬' 방문이었다.
미야지마 섬은 이츠쿠시마 섬으로도 불린다. 행정구역 상 히로시마시에 있지는 않다. 하지만 히로시마 근교에 위치하기 때문에 묶어서 관광하는 경우가 많다.
https://maps.app.goo.gl/zVYJvXSwuF2FohTi9
JR Miyajima Ferry · 1 Chome-11-5 Miyajimaguchi, Hatsukaichi, Hiroshima 739-0411 일본
★★★★☆ · 여객선 터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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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페리 선착장에 가면 된다. 그 다음은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가는 곳을 따라다니면 된다.
히로시마 시내에서 페리 선착장까지는 노면전차를 이용해서 가도 되고, JR 산요본선(기차)을 이용해도 된다.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왕복 840엔=약 7,500원)
노면전차를 타고 가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대신 모비리 투어리스트 패스로도 탑승 가능하니까 여행 일정과 예산에 맞게 선택하자.
선착장에서 미야지마 섬까지는 15분 내외 걸린다. 페리 배차 간격도 짧아서 관광객을 무더기로 실어나른다.

미야지마 섬은 고즈넉한 전통문화가 살아있는 섬이다.
관광포인트는 3가지다.
일본의 3대 절경 중 하나라는 바다 위의 신사,
이곳저곳에서 팔고 있는 장어덮밥과 굴 요리 등 해산물,
섬에 많이 돌아다니는 사슴이다.

사슴이 길고양이마냥 가게 안까지 활보하는데 주민들은 별 신경을 안 쓴다.
호들갑 떨면서 사슴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나 포함하여 모두 관광객이다.
물론 관광객도 일본인이 대부분이다.
https://youtube.com/shorts/aLbTq3gHI4w?si=Td2CexE4zbcQaUvH
기념품가게 주인 아저씨도 사슴의 방문을 익숙하게 응대하고 있었다.
거리를 산책하다가, 점심은 미슐랭 1스타를 받은 '아나고메시 후지타야'에서 장어덮밥 세트를 먹었다.
https://maps.app.goo.gl/DDBfR51gc6Xitfbc7
아나고메시 후지타야 · 125-2 Miyajimacho, Hatsukaichi, Hiroshima 739-0588 일본
★★★★☆ · 바다장어 요리 전문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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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메뉴의 가격대가 3,000엔(약 27,000원)으로 비싸지만 그만한 값어치를 하는 탁월한 식당이다.

심심한듯 깊고 독특한 풍미가 일품이다. 웨이팅이 길지만 미야지마 섬에 방문했다면 꼭 먹어보자.
그 후 스타벅스에 들렀다가 미야지마 수족관에 갔다. 입장료는 1,420엔(약 12,000원)이었다.
미야지마 수족관은 작아서 순식간에 둘러볼 수 있다. 63빌딩 아쿠아리움을 기대하면 안 된다.
딱히 외국인 관광객을 타겟으로 한 시설도 아니다. 때문에 일본인들 틈바구니에서 펭귄쇼와 물개쇼를 구경하는 신기한 경험이 가능하다.
기념품으로 펭귄 핀을 사서 나왔는데, 이 핀을 끼우는 과정에서 아직도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다.
미야지마 수족관 앞의 한적한 벤치에 여자가 앉아 있었고, 길 건너에 남학생들이 우루루 모여서 사슴과 놀고 있었다. (참 건전하다...)
나도 벤치에 앉아서 펭귄 핀을 가방에 달고 가려고 했는데, 내가 포장을 뜯으니까 사슴이 소리를 듣고 길을 건너와서 혀를 낼름거렸다.
나와 여자는 가방을 떨어트리고 자리에서 대피하는 등의 소동이 있었고, 그 여자는 졸지에 벤치를 뺏겼다. 유감이었다.
별거 아닌 일인데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다.

미야지마 섬의 먹거리로는 단풍 아이스크림과 구운 굴 요리가 유명하다. 굴 2개에 600엔(약 5,400원)으로 꽤나 비싸다. 한국의 굴이 독보적으로 저렴한 탓도 있겠지만?

섬 안쪽으로 들어가면 사람이 거의 없어서, 한적한 골목길 뷰를 즐길 수 있다.
저녁이 되어 다시 페리를 타고 히로시마 시내로 향했다.
퇴근 시간대의 히로시마역 근처는 정말 번화하고 유동인구도 많았다. 직장인들이 낮은 펜스를 뛰어넘어 다니길래 나도 따라서 월담했다. 역시 퇴근길은 못 참는다.

캡슐 호텔에 체크인했다. 4,000엔(약 36,000원)에 독방을 받았다.
처음 이용해보는 캡슐호텔이라서 독방으로 예약했는데, 가성비가 영 좋지 않았다.
아예 저렴하게 다인실 캡슐호텔을 쓰든가, 조금 더 돈을 써서 비즈니스 호텔로 가는 편이 나았다.
다만 면도기, 귀마개, 가운, 스킨, 헤어스프레이까지 갖춰져 있어 어매니티는 기대 이상이었다.

저녁은 호텔 근처의 마쓰야로 향했다. 현지 직장인들 틈바구니에서 규동을 먹었다.
규동은 일본의 국밥 같은 대중음식이다. 마쓰야는 스키야, 요시노야와 함께 일본의 3대 저가 규동 프랜차이즈라고 한다.
과연 자극적인 맛과 든든한 양이 일품이었다.

왕창 남은 동전들을 정리하기 위해 작은 동전지갑을 사왔다. 저렴해서 내구성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이거 들고 프랑스도 다녀오고 한국 동전도 넣어다니고 오랫동안 잘 쓰고 있다.
로비에서 가볍게 캔맥 마시고 잤다.
3일차
체크아웃하고 마쓰다 본사로 향했다.

마쓰다는 일본에서 도요타, 렉서스, 혼다 바로 밑급의 유명 브랜드다.
검색해보니 본사 관광프로그램 같은 것도 있나본데, 마쓰다에 그 정도의 관심은 없었기 때문에 밖에서만 구경했다.
https://maps.app.goo.gl/sBU6W2ogyqrqM5xF8
こふじもち 本店 · 1 Chome-5-11 Momoyama, Fuchu, Aki District, Hiroshima 735-0026 일본
★★★★☆ · 일본 음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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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근처 가정식 가게인 '고후지모찌 본점'에서 먹었다.
완벽한 로컬 식당이라서, 영어 응대 따위는 없고 관광객도 없었다.
주력 메뉴는 日変り(히가와리) 정식으로, 이름처럼 매일매일 바뀌는 새로운 메뉴였다.
꽤나 맛집인지, 마쓰다 본사에서 온 것 같은 정장입은 직장인들도 손님으로 있었다.

담백한 일본 가정식에 이어, 후식은 녹차 아이스크림이었다.
음식이 빼어나게 특별하진 않았지만,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맛이라서 내 입에 잘 맞았다. 일본의 집밥이 궁금하다면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마쓰다 본사가 위치한 아오사키미나미 지역은 전체적으로 평화롭고 분위기도 좋다.
히로시마 여행을 간다면, 한번쯤 방문하길 추천한다. 히로시마 도심에서 버스 타면 20분 정도 걸린다.

공항버스를 타고 히로시마를 떠났다.
면세점에서 기념품 사서 귀국했다. 이렇게 2박 3일의 짧은 히로시마 여행이 마무리되었다.

...귀국 비행기에서 지구과학1 과외 준비했고, 도착하자마자 공항 주차장에서 화상과외 했다. 이 과외까지 마친 다음 귀가했다.
예산
항공 | 176,400원 |
주차 | 13,500원 |
모비리 패스 | 2,000엔 |
공항리무진 | 2,360엔 |
esim로밍 | 4,348원 |
여행자보험 | 4,420원 |
기타 현금소비 | ?엔 |
합쳐서 약 49만원 소모했다.
주요 관광지와 컨텐츠
1. 원폭 공원 : 히로시마 여행의 시작이자 끝이자 알파이자 오메가입니다.
2. 미야지마 섬 : 미슐랭 장어덮밥 먹고, 일본 3대 절경 보고, 사슴이랑 놀고, 관광 컨텐츠가 많은 섬입니다.
3. 아오사키미나미 : 마쓰다 본사를 제외하면 딱히 관광스팟은 없지만, 소도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4. 슛케이엔 : 고즈넉한 일본식 정원이며 봄철 개화기에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5. 오코노미야끼 : 밋쨩 총본점이나 오코노미무라 등에서 히로시마식 오코노미야끼 맛보고 오세요.
꿀팁
1. 모비리 투어리스트 패스 끊으면 대중교통을 편하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2. 원폭공원 갈 때는 생수를 사 가시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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