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준비
간사이 왕복 티켓이 11만원이길래 보자마자 예약했다.
그 후 경찰서에 가서 국제운전면허 발급해왔다.
이번 여행의 주요 과업은 렌터카 체험이었다.
내년에 외할머니와 가족을 데리고 렌터카 일본여행이 예정되어 있는데, 직접 렌트를 해봐야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피치 못해 탄다던 피치항공도 궁금했다.)
1일차
예약 카운터에서 비상구좌석을 요청했다.
피치항공은 일본 항공사고, 승무원들도 일본인이기 때문에 비상구좌석에서 영어 인터뷰를 한다고 했다.
인터뷰에 떨어지면 다른 좌석으로 보낸다길래 쫄았는데, 스튜어디스 분께서 "잉그리시 오케이?" 묻고는 통과시켜 주셨다. (??)
원래 10시 20분 이륙이었는데, 능구렁이처럼 살금살금 지연되더니 11시쯤 출발했다.
도착 후 간사이 내부순환 셔틀과 공항선을 연계하여 린쿠타운역으로 빠져나왔다.
예약해둔 렌터카를 수령하러 갔다.
https://maps.app.goo.gl/MK8Se3GHoVRAUgvBA
Budget Car Rental · 15-1 Rinkuoraikita, Izumisano, Osaka 598-0048 일본
★★★★☆ · 렌터카 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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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차는 미쓰비시 구형 경차였다.
3일 12,300엔(약 11만원)이라는 가성비픽이었기에 차량 상태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멀쩡한 차가 왔다.
물론 에어컨을 외기 순환으로 틀면 더운 바람(...)이 나와서 주기적으로 내기 순환으로 바꿔줘야 했고, 저속 주행 중 엔진에서 소달구지 소리가 났다.
유튜브로 예습을 철저히 했지만, 일본 도로의 좌측통행과 비보호 우회전 체계는 과연 적응이 힘들었다.
할배운전을 시전하며 처음으로 향한 곳은 공항 근교의 다이소였다.
초보운전 마크랑 핸드폰거치대를 다이소에서 조달했다.
점심은 근처 식당에서 새우튀김을 추가한 텐동을 먹었다.
여담이지만 이 식당에 오다가 길을 잘못 들어서 골목길을 한참 헤쳐나갔다.
일본의 골목길은 살벌하게 좁은데, 내가 빌린 경차의 차폭이 더 좁아서 잘 빠져나왔다.
오사카 시내로 향하는 길에는 고속도로를 탔는데, 20km도 되지 않는 짧은 구간이 1,500엔(13,500원 정도)이라는 정신나간 통행료를 자랑했다.
일본은 고속도로 통행료가 등골 다 빼먹는다. 나도 첫날 주행 이후로는 유료도로를 타지 않았다.
(구글맵에서 유료도로 경로 체크를 해제하면 무료도로로만 안내한다.)
5시쯤 게스트하우스 사쿠라에 체크인했다.
저렴하고 어매니티도 잘 갖춰져 있지만 시설은 캡슐호텔보다 살짝 나은 수준이었다.
숙소는 잠자는 용도로만 쓰고, 주로 밖에 나가 있었다.
이것저것 처리할 일이 있어서 화이트버드 커피 스탠드로 향했다.
손님은 일본인밖에 없었는데 분위기가 고요하고 맛도 괜찮았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보면 등장인물이 하이톤으로 "하-이" 또는 "오-이" 하면서 대답하는 장면이 나온다. 초등학생들이 쓰는 말인 줄 알았는데, 여기 직원들이 딱 "하-이" "오-이" 하고 얘기해서 신기했다.)
https://maps.app.goo.gl/mGo4TRu9Tc6fZh3a8
Whitebird Coffee Stand · 일본 〒530-0057 Osaka, Kita Ward, Sonezaki, 2 Chome−1−12 国道ビル 102
★★★★☆ ·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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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저녁은 이치란라멘에서 먹었다.
일본 라멘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차슈가 쫄깃했다.
오사카 시내 관광의 핵심인 도톤보리 글리코 사인을 구경하기로 했다.
이코카(ICOCA)도 없었고 도톤보리까지 대중교통편이 애매해서 그냥 차를 끌고 갔다.
(핫스팟으로 갈수록 주차비가 떡상하니, 적당히 먼 곳에 주차하고 500m~1km 정도 걷는 편이 낫다.)
하지만 더워 죽겠음 + 관광객 바글바글함 + 기빨림 콤보를 얻어맞았다.
글리코상 앞에 있던 관광객과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탈출했다.
10시쯤 숙소로 돌아와서 씻고 잤다.
2일차
아침은 편의점 오니기리로 때우고 차에 올랐다.
오사카에서 100km 정도 떨어져 있는 한적한 해안가 마을인 아마노하시다테에 가려고 했는데, 톨비의 압박이 심해서 나라 공원에 가기로 일정을 변경했다.
1시간 정도 달려서 나라 현청(prefectural government office)에 도착했다. 나라 현은 현청 근처에 나라 공원, 도다이지 등의 관광 스팟이 몰려있다.
그리고 현청 역시 관광 스팟의 일부이다. 시설을 개방해두었고 관광객 대상 문화 전시 코너, 기모노 대여 샵도 청사 안에 있었다.
나도 현청 스타벅스에서 유자차 때렸다.
수학여행 온 것은 아니니 사찰 도다이지엔 딱히 갈 생각이 없었는데, 거리를 나와 사람들 흐름을 따라가다보니 도다이지 앞에 와있었다(...)
운명이겠거니 싶어서 구경하고 나왔다.
흘러넘치던 1엔(10원) 동전들도 향을 피우며 소진했다.
도다이지를 나와서는 사슴 밥을 한 뭉치(200엔) 사서 사슴들이랑 놀았다.
구글에 '나라공원 사슴 실체'라고 치면 사슴이 사람을 때린다느니 주머니를 털어간다느니 하는 괴담이 많은데, 생각보다는 얌전하다.
점심은 근처 식당에서 돈까스 정식을 먹었다.
(한국에서는 그냥 돈까스를 시켜도 돈까스+밥+반찬 조합이 나오는데, 일본에서는 돈까스를 시키면 정말 돈까스뿐이다.)
https://maps.app.goo.gl/v7VTTNDtKGenJuH1A
히사고야 쇼쿠도 · 32 Tsurufukuincho, Nara, 630-8393 일본
★★★★☆ · 일식당 및 일정식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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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현까지 왔으니, 북쪽에 위치한 일본 최대의 호수인 비와호에 가고 싶어졌다.
비와호 박물관으로 출발했다.
일본의 산골짜기를 헤쳐나갔다.
와즈카 마을에서 잠시 편의점 로손에 들러서 근처를 구경했다.
(도심을 벗어나면 주차가 가능한 대형 편의점이 많아서 간이 휴게소처럼 사용해도 된다. 내부에 화장실이 갖춰져 있고, 차를 대놓고 잠시 근처에 다녀오는 사람들도 있다.)
산 속 마을인데 젊은 사람도 많고 분위기가 활기찼다.
정비를 마치고 다시 산골짜기 왕복 2차로를 달리는데, 앞 차들이 주르르 멈춰서있었다.
뭔일인가 싶어서 나가보니 교통사고가 크게 난 모양이었다.
(아래는 사실적인 묘사가 있으니 열람 주의)
산골짜기의 좁은 왕복 2차로를 돌다가 차 2대가 서로 부딪친 것이었다.
경찰과 소방, 구급차가 출동해 있었다.
운전자가 운전석에 갇혔기에 기구를 사용해서 차량의 앞 필러를 펴고 있었다.
위의 사진에서 가려진 왼쪽 차의 운전자 분께서 많이 다치셨다.
앰뷸런스가 환자를 실어서 갈 때 사이렌을 울리며 갔다.
빨리 나으시길 바란다...
환자 분이 이송된 이후에도 이것저것 처리할 일이 있는지 도로가 통제되었고, 기다리던 차들도 유턴했다.
이날 밤, 환자 분께서 어떻게 되었나 걱정되어서 야후에 쳐봤는데 교통통제 해제에 관한 이야기밖에 없었다.
사고장소에서 빠져나오면서는 마주오는 차량들을 줄줄이 돌려보냈는데, 한 아저씨께서 창문을 열고 무슨 일이냐고 물으셨다.
교통사고를 일본어로 몰라서 "아소코데, 구루마또 구루마가 쾅, 지켄"이라고 바디랭귀지 했다. (용케도 알아들으셨다.)
어쩌다보니 작은 와즈카 마을에 2시간 정도 머물렀던 것 같다.
와즈카 마을을 관통하여 북쪽으로 향하는 유일한 도로가 통제되었으니, 일정을 수정해야 했다.
닌텐도 본사를 구경하러 교토에 갔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알겠지만 닌텐도 본사는 관광 스팟이 아니고 관광객을 위한 코너 같은 것도 없다.
그저 저 안에서 수많은 혁신이 이뤄지겠구나,하면서 본사를 한 바퀴 돌고 나왔다.
회전초밥 프랜차이즈인 스시로에서 저녁을 먹은 후 교토역 앞의 돈키호테 아난티점으로 향했다.
동생 줄 기념품을 사서 나왔다.
오사카로 돌아갈까 했는데, 희한하게도 아침부터 비와호에 꽂힌 상태였다.
비와호 호수변의 맥도날드에 도착해서 야경을 구경하니... 그냥 안동 월영교 하위호환이었다.
허무했지만 오사카에서 비와호까지 온 것에 의의를 두고 귀가했다.
밤길을 1시간 반 달려서 11시에 숙소에 복귀했다.
아무쪼록 둘째날은 나라, 교토, 시가현을 쭉 돌면서 지방 도시들의 활기를 느낄 수 있었다.
렌터카 없었으면 상상도 못 할 일정이기도 했다.
3일차
7시 반에 일어났다.
마지막 날은 와카야마에 갈지 고베를 갈지 아침까지도 고민했다.
와카야마는 스킵했다. 전날 교통사고를 목격한 영향으로 산골 소도시를 조심하게 되었고 + 작년에 와카야마 현에서 한국 분이 실종된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고베 역시 간사이 국제공항과 반대편이어서 일정이 빠듯했고, 13년 전에 가본 적이 있으니 스킵했다.
결론은 오사카 시내투어를 하기로 했다.
아침은 일본 김밥천국인 스키야에서 먹었다.
이로써 일본의 3대 김밥천국(마쓰야, 요시노야, 스키야)를 모두 먹어보게 되었다.
다음 일정은 클룩으로 즉석 예약해서 쓰텐카쿠에 갔다.
꼭대기층 전망대에 올라오니 대부분 일본인이나 중국어권 사람들이었다.
한국인은 나 빼고 한 팀밖에 없었기에 오사카 시내를 바라보는 설정샷을 찍어달라고 부탁드렸다.
(역광까지 고려해서 찍어주셔서 너무 감사했음)
점심은 오사카식 오코노미야끼를 먹으러 '치토세'에 왔다.
오사카식은 히로시마식과 달리 면을 넣어주지 않고, 재료를 반죽에 섞어버리며, 손님 앞에서 부쳐준다는 등의 차이점이 있다고 한다. (물론 경향성에 불과하다. 히로시마에도 손님 앞에서 부쳐주는 오코노미야끼집 있고, 오사카에서도 면을 옵션으로 추가할 수 있다.)
상당한 맛집이었고 분위기도 좋았다.
주차장으로 복귀하다가 메가돈키를 발견해서 구경하고 나왔다.
돈키호테 중에서 큰 것을 메가돈키호테라고 하는 모양인데, 영수증도 디자인이 달랐다.
(일본 대도시에 갈 때는 이왕이면 메가돈키호테로 찾아가야겠다.)
https://maps.app.goo.gl/cadG1LoTU5Tp5sYz9
메가돈키호테 신세카이점 · 3 Chome-4-36 Ebisuhigashi, Naniwa Ward, Osaka, 556-0002 일본
★★★★☆ · 할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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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디갈까 고민했는데, 아까 사진 찍어주셨던 한국인 분들께서 동물원에 간다고 하신 게 떠올랐다.
나도 미야지마섬 수족관에서 물개쇼를 재밌게 봤었기에, 동물원도 괜찮겠지 싶어서 텐노지 동물원으로 향했다.
막상 와보니 살인적인 더위에 모든 동물이 자고 있었다.
미어캣도 항상 일어서서 주변을 둘러보는 줄 알았는데 엎어져 있었다.
나한테는 관심도 없었다.
너구리도 자고 있었다.
동물들이 죄다 엎어져 있고, 관광객들도 그늘을 찾아다닐 정도의 살인적인 더위였다.
여담이지만, 동물원에 안 어울리게 키치하고 힙한 차림의 일본인 커플이 나랑 비슷한 시간에 동물원에 입장했다.
돌아다니다가 동선이 자주 겹쳤는데, 볼 때마다 여자가 남자에게 양산을 씌워주고 얼음물에 손선풍기까지 쐬여주고 있었다.
여자 쪽이 남자한테 약점이라도 잡힌 건지 궁금하긴 했다(...)
https://maps.app.goo.gl/WtumvTJwJXQ7ToJG7
센나리야 커피 · 3 Chome-4-15 Ebisuhigashi, Naniwa Ward, Osaka, 556-0002 일본
★★★★☆ · 커피숍/커피 전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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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수 맛집이라는 센나리야 커피에 갔는데, 자리가 없어서 아이스크림만 테이크아웃해서 먹었다.
슬슬 오사카 시내 투어를 마치고 주유 후 렌터카 반납하러 갔다.
주유소에서는 내 차의 주유구가 한국과 똑같이 차량 왼쪽에 있는걸 모르고 반대 방향으로 진입해서, 주유소 직원 분께서 유턴하라고 하셨다.
일본에서의 첫 주유였지만 유턴, 오라이, 만땅 등 전문용어는 한국과 똑같아서 편했다.
5시에 버짓렌터카에 차량을 반납하고, 린쿠타운 근처의 조이풀에서 이른 저녁을 먹었다.
일본에서 처음 먹는 양식이었다.
귀국 비행기가 저녁 7시 55분이어서 마지막 날까지 유의미한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출국편처럼 귀국편도 능구렁이처럼 지연되다가 8시 반이 다 되어서 이륙했다.
오는 길에는 지브리 스튜디오의 '코쿠리코 언덕에서'를 보면서 왔다.
재밌다고 추천받은 영화인데 다시 찾아보진 않을 것 같다.
10시 반쯤 인천공항을 빠져나왔고, 자정이 되기 전에 집에 도착했다.
예산
영수증 버린 것들이 많아서 주요 지출내역만 정리했다.
- 교통비
피치항공 : ICN↔KIX 왕복 130,000원
타비라이 렌터카 : 12,300엔 (약 110,000원)
주유비 : 4075엔 (약 36,000원)
- 숙박비
게스트하우스 사쿠라 2박 : 57,994원
원화 지출은 항공비, 숙박비, 보험료, 로밍, 클룩 예약 포함해서 23만원 소모했고 엔화는 4만 엔 정도를 소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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