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말미에 마쓰야마 여행 팁과 예산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필요하신 분은 참고하세요.🚨
여행 준비
침대에 누워서 땡처리닷컴 구경하고 있었다.
한 자리 남은 마쓰야마 왕복항공권이 119,000원이길래 일단 결제했다. (실결제 금액은 138,000원)
근데 마쓰야마 놀러간다고 주변에 말하니까 아무도 모르는 동네더라.
일본인 과외쌤마저도 마쓰야마는 가본 적 없고 뭐하는 동네인지도 잘 모르셨다.
제주도마냥 귤이 유명한 동네라고는 하셨다.

마쓰야마는 일본 소도시 관광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다.
4대 본섬 중 하나인 시코쿠 섬에서 나름 최대 규모지만, 인구 50만 정도로 김해, 평택과 비슷한 규모다.
1일차
오전 10시에 느지막이 집을 나섰다.
인천국제공항 장기주차장에 주차하고 내부순환 셔틀에 올라타니 자율주행 버스(!)로 바뀌어 있었다.

땡처리닷컴으로 항공권 예약하면 원래 그런 건지, 셀프체크인이 안 되길래 카운터 가서 체크인했다.
(근데 또 귀국 비행기에서는 모바일 셀프체크인 성공함)
무릎을 앞 좌석에 안 박아도 되는 비상구좌석을 주셔서 감명깊었다.

보안검사 후 점심은 제1터미널에 입점한 로봇김밥에서 먹었다. 맛은 있지만 김밥 한 줄에 5,500원으로 가성비가 심각하게 나쁘다.
비행기에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1.25배속으로 싸악 시청해주니 마쓰야마 공항에 도착했다.
(마쓰야마의 '도고 온천'이 센치행의 모티프가 되었다고 한다.)

마쓰야마는 한국 관광객 유치에 상당히 진심인 도시다.
공항 인포데스크에 가면 한국인 대상으로 여러 가지 입장권도 나눠주고 시내 주요 지점까지 꽂아주는 무료 셔틀버스도 있다.

셔틀버스가 공항리무진 타는 곳에서 착발하는 줄 알고 헤맸는데, 마침 한국 st.로 꾸미신 분이 나랑 같이 공항리무진 대기줄에 서있다가 캐리어를 끌고 옆의 버스에 오르셨다.
뭔가 알고있는 한국인이 아닐까 싶어서 "すみません。韓国人ですか?"하고 여쭸으나 일본인이었다.
그런데 그 분께서 한국어로 "도와드릴까요?" 하시길래 얼떨결에 이 버스가 도고온천이나 그 근처로 가는지 여쭈었고, 그 분이 버스기사님께 문의 후 "안 가요."라고 대답해주셨다.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した。" 인사 박았다. 졸지에 현지 일본인에게 다짜고짜 한국인이냐고 물은 실례를 범했지만, 우연히 그 분이 유창하게 한국어를 구사하는 분이었을 극악의 확률을 뚫은 셈이다.
아무튼 한국인 무료 셔틀 정류소는 공항리무진 정류소와 다른 곳에서 탄다. 인포데스크에 약도가 있으니 참고하자.

도고온천의 랜드마크인 스타벅스에서 카페라떼 테이크아웃했다.
스탬프 찍는 동안 알바 분께서 커피 슬리브에 뭐라뭐라 적어주셨길래 기념으로 간직했다.

온갖 인형이 튀어나와서 종을 울리는 시계탑도 있었다. 아기자기한 일본 감성이다.
시나몬 체크인 후 도고온천 본관을 22시로 예약했다.
도고온천은 본관도 있고 별관도 있다. 사실 더 인기인 곳은 별관 아스키노유였고, 한국인 무료입장 쿠폰이 적용되는 곳도 별관이다.
그런데 시나몬 주인아저씨 말씀에 따르면 도고온천 본관이 다음날부터 공사를 진행한대서, 그냥 돈을 내고 본관에서 목욕했다. (??)

저녁은 카도야 도미덮밥 먹으러 갔다.
계란국물에 해초와 도미 살을 넣어 밥에 비벼먹는다. 심심하고 담백하니 괜찮은 맛이다.
(여담이지만 여기 계산대 구조가 특이해서, 실수로 내가 점원 자리로 들어가서는 계산해달라고 점원 분을 불렀다. 계산하러 오신 점원 분께서는 내가 점원 자리에 들어가있는 광경을 보고는 "와따시가... 와따시가..." 하면서 본인이 계산대에 들어가야 한다고 당황하셨다. 민폐를 끼쳤지만 상황이 어이없어서 같이 웃었다. 생뚱맞게도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다.)

이제 어디갈지 알아보다가, 여권을 제시하면 ' 쿠루린 대관람차'를 무료 탑승 가능하다는 블로그 글을 보았다.
쿠루린 대관람차는 백화점 9층에 설치된 관람차로, 예전에는 외국인이 여권을 제시하면 무료 탑승이 맞았으나 2024년 3월부터는 500엔(약 4,500원)의 입장료를 받았다. 알았으면 안 왔지
완전 밤이나 대낮에 오면 경치가 예뻤을 텐데, 해가 애매하게 진 후에 와서 풍경이 좋진 않았다.
시코쿠 섬 전체에 돈키호테가 4곳 있는데, 그 중 하나인 돈키호테 오카이도점으로 걸어가서 휴족시간, 메이지 초콜릿, 자전거용 휴대폰 거치대 등을 구매했다. 역시 자전거용품은 일제가 튼튼하다.
쇼핑 도중에는 가게에서 돈키호테 로고송이 무한 재생되었다.
https://youtu.be/7T4wGKsj9EE?si=lptbO3SkegAljlMx
숙소 복귀 후 도고온천으로 향했다. 탕이 고작 1개인 조그마한 온천이지만 입장료 460엔으로 한국 목욕탕보다도 저렴하니 들어가볼만 하다.
입구에서 우산도 받아서 정리해주고 이모님께서 탕까지 걸어서 안내해주시는 등 제대로 대접받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센치행에서 오물신이 치히로에게 대접받았듯이, 일단 돈을 낸 사람에게는 극진히 대접해주는 게 일본 서비스업의 특징 아닐까 싶다.

든든히 목욕을 마치고 숙소 라운지에서 컵라면 까먹었는데, 뚜껑을 두 번 접어서 그릇을 만들어 먹었더니 같이 컵라면 먹던 호주 사람이 혁신적인(innovative) 아이디어라며 건배를 해갔다.
내 이름을 태그해서 인스타에 올리더라. 세계로 뻗어나갔다.
2일차
조식은 편의점에서 사온 컵라면, 감자칩으로 때우고 10시에 체크아웃했다.

긴텐가이에 위치한 10팩토리 본점에서 귤 커피를 샀다. 주스 한병에 500엔(약 4,500원)인 등 가격이 사악한 가게다.
긴텐가이 근처, 마쓰야마 시내에 위치한 마쓰야마 성은 한국인 친화적인 관광지로, 한국인에게는 왕복 케이블카/리프트, 천수각 입장 모두 무료쿠폰이 제공된다.
나도 여름에 등산하긴 싫어서 딱히 마쓰야마 성에 갈 생각이 없었는데, 이 정도로 한국인에게 친화적인 관광지라면 가봐야겠다 싶어서 방문했다.
마쓰야마 성은 산 위에 있기 때문에 리프트 타고 or 케이블카 타고 or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난 리프트를 선택했는데, 안전바가 없어서 스릴을 즐길 수 있다. 물론 떨어져도 죽지 않을 것 같은 높이이긴 한데...

리프트 도착지에서 10분 정도 더 등산하면 마쓰야마 성이 나온다.
새삼 이런 시골(이라고 해도 시코쿠 섬에서는 최대 도시이지만) 산골짜기에 커다란 성을 지어놓은 것이 신기했다.
일본 역사를 들여다보면 중앙집권이 자리잡은 에도시대에도 여러 지방세력이 제 위치에서 실력을 키우고 경쟁하며 발전하다가, 메이지 유신 때는 폐번치현으로 지방을 때려잡고 강력한 중앙집권 근대화에 성공한 점이 희한하긴 하다.

더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천수각의 냉방을 빵빵하게 틀어놓아서 덥진 않았다.
천수각에 전시된 문화재도 많고 일본도(刀)를 직접 들어 무게를 느껴볼 수 있는 코너도 있었다.
돌에다가 물을 흘려보내고 대나무로 소리를 감상하는 문화도 체험했다. 소리가 맑고 청량하니 참 좋긴 했는데, 옛날 일본인들 이러고 놀았던 거 보면 심심하긴 했나보다.

점심은 긴텐가이 상점가의 코토리로 향했다.
메뉴판에 나베야끼우동이랑 유부초밥 2pc밖에 없는 극한의 한 우물만 파는 가게인데, 아쉽게도 유부초밥은 안 된대서 우동(750엔)만 먹었다.
그냥 평범한 우동 맛이었고, 유부초밥까지 있었으면 딱 좋았을 텐데 아쉬웠다.

긴텐가이에서 10분 정도만 걸으면 바로 한적한 마을이 나온다.
무인 기차역에서 기차를 기다렸는데, 승강장에는 나밖에 없었고 이따금씩 자전거를 탄 사람이나 일본 특유의 네모난 경차들이 지나쳐갔다. 일본 소도시 감성을 충전할 수 있었다.

Hotel Furumitsu에 도착하고 보니 위치 선정이 에러였다. 기차역에서 걸어서 10분 정도의 외진 동네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차를 타고 왔다면 서쪽으로는 바이신지역, 동쪽으로 도고온천까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가 아니었을까 싶다. 다음 여행엔 렌터카를 빌려봐야겠다.
체크인 후 짐을 정리하고 바이신지 역으로 향했다.

바이신지 역은 마쓰야마 서쪽 해안가에 위치한 기차역이다.
근방에 늘어선 개인주택들에 농구대, 화단, 차고, 그림을 그려놓은 커스텀 우체통 등이 마련되어 있다.
교복 입은 학생들이 이따금씩 자전거를 타고 지나치기도 하는 것이 정겹게 느껴졌다.

바이신지 역 뒤편에 미칸 카페(1층은 기념품샵, 2층이 카페)가 위치한다. 일찍 문닫는 카페라서 여차하면 스킵하려고 했는데, 방문하길 잘했다.
평일 오후라 그런지 적당히 한산해서 좋았고 경치도 앵간했다. 바다 보면서 아이스코히 한잔 때렸다

아이스코히 마시면서, 미칸(MICAN)이 대체 뭔지 검색해보았다.
에히메현(마쓰야마시를 최대 도시로 갖는 현으로, 제주도 3배 이상의 면적에 인구 규모로는 제주도의 2배정도 되는 행정구역) 차원에서 밀고있는 귤 캐릭터였다.
제주도보다도 귤에 진심인 곳이라는 광기가 느껴졌다.
(수정 : 그냥 캐릭터명인 줄 알았는데, みかん[蜜柑]이 귤나무, 귤을 의미하기도 한다. 여행 다녀오고 나서야 배웠다.)

카페를 나와서는 해변에서 농땡이 피우고 그네 탔다. 썩 깨끗한 해변은 아니지만 해수욕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바로 뒤로 이따금씩 기차가 지나다녀서 분위기는 좋다.
구경을 마치고 저녁은 요시노야로 향했다. 요시노야는 마쓰야, 스키야와 더불어 일본 김밥천국에 해당하는 3대 밥집 프랜차이즈다.


6시 좀 넘어서 호텔에 복귀했다.
해가 질 때까지 누워서 쉬다가, 도고온천 별관 무료 쿠폰을 쓰려고 출발했다.
위에서 언급했듯 호텔 위치가 애매해서, 도고온천 별관까지 걸어가면 거의 1시간이고 대중교통편도 열악하다.

자전거 대여는 무료였기에 카운터에서 " 自転車を借りられますか?" 시전 후 자전거를 빌렸다.
하지만 20분 정도 페달을 밟아서 도고온천에 도착하니, 저녁임에도 생각보다 땀이 많이 나서 온천욕 하는 의미가 없겠구나(...) 싶었다.
마쓰야마 풍경을 구경하면서 온 과정 자체에 의의를 두고, 다시 페달을 밟아 숙소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 에히메대학 캠퍼스도 잠깐 구경하고 근처의 신사도 들어가봤다. 난데없이 태평양전쟁 당시 쓰였던 프로펠러(...)가 전시되어 있더라.
세븐일레븐에서 야식을 사서 귀가했다.

아이패드에 받아온 언내추럴 9화를 보면서 야식으로 편의점 세트(컵라면 + 주먹밥 + 맥주)를 먹었다.
역시 일본 컵라면과 주먹밥은 항상 건더기에 진심이라서 마음에 든다.
3일차
9시에 잠깐 일어나서 호텔 조식 때리고 다시 잤다.

짐 정리해서 11시에 체크아웃했다.
서쪽으로 쭉 걸어갔다. 원래는 점심으로 텐동이나 타코야끼를 먹고 맥도날드에서는 커피만 마시려고 계획했었는데, 덥고 걷기 귀찮아서 그냥 마쿠도나루도도에 입성했다.

한국 맥도날드는 식당 분위기에 가깝지만, 일본 맥도날드의 감성은 식당보다는 카페에 가깝다고 느꼈다.
한국의 스벅보다도 조용해서, 노트북 펴놓고 업무보거나 공부하는 사람(맥공?)도 많았다.
다음에 일본 왔을 때 뭔가 조용히 시간 때울 공간이 필요하면 맥도날드를 찾아야겠다.

맥도날드 맞은 편에 있던 거대한 옷집 아바이를 살짝 구경했다. 유명 브랜드는 없었지만 가볍게 입을만한 옷들이 1,000엔(9,000원 정도) 이하의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이 동네는 마쓰야마 시에서도 공항 근처의 외곽 지역인데, 맥도날드든 아바이든 세븐일레븐이든 하나같이 널찍한 부지와 광활한 주차장을 가지고 있다.
물론 거대한 주차장에는 그와 상반되는 작은 경차와 경상용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탑승객이 나밖에 없던 시내버스를 타고 마쓰야마 공항에 도착했다. 전광판에 뜨는 국제선은 인천 도착과 부산 도착, 2편으로 한적했다.
(덕분에 내가 타게 될 비행기도 거의 1km 밖에서부터 알아볼 수 있었음)
6시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집으로 향했다. 이로써 2박 3일의 마쓰야마 여행이 마무리되었다.
마쓰야마 놀러가려는 분들께 드리는 팁
1. 마쓰야마 공항의 인포데스크에서 한국인 무료 쿠폰을 나눠주고 무료 셔틀버스를 제공해줍니다.
2. "한국인 관광객 유치해아한다"라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도시이지만, 시내 표지판이나 설명문에는 일본어만 써져있는 게 디폴트고, 알바 분들은 한국어는 물론이고 영어도 못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본적인 일본어를 익히고, 파파고를 적극 활용하시면 좋습니다.
3. 도고온천에서 파는 수건, 긴텐가이 상점가의 귤 관련 상품, 도미덮밥 등이 유명합니다. 시코쿠 섬 전체는 우동으로 유명하기도 합니다.

복기할 사항
1. 다음에 일본 소도시를 방문하면 국제운전면허 만들어서 렌터카 빌려보려고 한다. 마쓰야마 정도만 되어도 교통환경이 널널해서 차 끌고 다니기에 좋을 것 같다.
2. 자전거를 탄다면 모를까, 짐을 싸들고 1km 이상 걷는 건 너무 귀찮다. 일정 짤 때 참고해야겠다.
3. 비짓재팬 편하다.
4.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도고온천, 한국인에게 친화적인 마쓰야마 성, 해안가 소도시의 정석인 바이신지 역이라는 확실한 여행 컨텐츠들이 갖춰져 있기에 2박 3일 효도관광이나 힐링여행으로도 적합하다. 다음에 같이 올 사람이 생기면, 여행계획 복기해서 재방문의사 완전 있다.
5. 이번 여행에서는 궁금한 점이 생기면 현지 분들께 적극적으로 물어보았고 대화도 많이 했다. 하지만 "英語ができますか ?" 시전하면 드문드문이라도 영어를 하는 분이 거의 안 계시긴 했다. 현지인과 스몰톡을 나누는데, 한국인이었으면 한 번쯤 "travel? trip?"이라고 해봤을 것을 "旅行?"만 반복하셔서 겨우 알아듣기도 했다. 역시 일본인과 소통하려면 일본어를 더 파야겠다고 깨달았다. 당연하니까...
6. 한자 공부 좀 열심히 해야겠다. 한자 노이로제가 있는 편이라서 횡단보도에서 한자 표지판을 읽을 생각도 안 하고 기다렸는데, 보행자용 신호 버튼(보탄)이어서 내가 눌러야만 파란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지출 내역
- 항공 : 제주항공 ICN↔MYJ 138,000원
출국편 7C1704 13:05~14:35
귀국편 7C1703 15:25~16:55
* 둘 다 30분 정도 지연
- 교통, 쇼핑, 식비 : 영수증 버린 것들이 많아서 정산하기 귀찮음(노면전차는 회당 200엔)
- 숙박 :
1일차 시나몬 게스트하우스
2일차 Hoterutaiyonoen Furumitsu
- 여행자보험 : 카카오페이 4,900원
- 환전 : 예전에 환전한 엔화를 고대로 들고 갔기에, 추가 환전한 금액은 없음
- 통신(로밍) : 제로라이트 2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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