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혼자 떠난 히로시마 2박 3일 [1일차]

엉뚱나무 2024. 3. 14. 14:24
728x90
[1일차] | https://parkzzang2.tistory.com/45
[2일차] | https://parkzzang2.tistory.com/46
[마지막날/총 결산] | https://parkzzang2.tistory.com/47

출발 

겨울방학 내내 집에 퍼질러 누워있다가, 이렇게 겨울방학을 날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어디로든 떠나자 다짐하고 히로시마 항공권을 끊었다. 13년만의 일본여행이자, 처음으로 혼자 가는 해외여행이다. 당일 3시간 자고 새벽 4시에 일어났다. 아침으로 멸치국수 + 커피 때리고 씻은 뒤 5시에 출발했다. 졸음운전 안한게 용하다.

핫식스 빨면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출발

 

자가용을 이용한 것은 편의성에서나 비용 측면에서나 공항리무진보다 나았기 때문이다. 저공해 2종이라서 3일 주차비가 13,500원이니 톨비, 기름값까지 포함해도 공항버스보다 이득이다. 공항버스 가격 좀 깎아야 한다. 공항순환셔틀을 타고 공항에 진입한 후에는, 진작 폰으로 셀프 체크인했고 위탁수하물도 없었던 터라 바아로 3층 보안검색 후 탑승구로 갔다. 예전에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보안검색에서 노트북 가방도 빼라 하더라.
 

감귤항공 출발


살짝 다크 투어리즘 느낌이지만, 히로시마에 가는만큼 기내에서 보려고 '오펜하이머'를 받아왔다. 루즈하다는 평도 있었는데 나는 재밌게 봤다. 역시 이공계의 낭만이 있는 영화다. 히로시마는 제주도마냥 순식간에 도착한다. 비행은 1시간 남짓 걸린 것 같으나 정작 입국신고를 꽤 기다렸다. 히로시마 공항은 체감상 용산역 정도 크기로 정말 작다. 아무튼 공항리무진 타고 11시에 히로시마 버스센터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히로시마 여행 시작이다.
 

감귤항공 타고 일본 상공을 지나며


 


 

히로시마 시내 도착

점심은 밋쨩 총본점에서 스페셜 오꼬노미야끼와 하이볼 먹었다.(1900엔) 가게 앞에서 5분 정도 웨이팅 후에 들어갔다.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모양이다. 사실 처음 먹어보는 오코노미야끼였는데 신세계를 경험할 정도로 맛있었다. 오코노미야끼엔 오사카식과 히로시마식이 있다고 하는데 나는 이 날의 경험 덕분에 히로시마식 오코노미야끼를 근본으로 여기게 될 것 같다.
 
https://maps.app.goo.gl/2yjWtcMhgo8MdFLcA

밋쨩 총본점 핫쵸보리 본점 · 일본 〒730-0013 Hiroshima, Naka Ward, Hatchobori, 6−7 チュリス八丁堀 1F

★★★★☆ · 오코노미야끼 전문식당

www.google.co.kr

 

위에 얹힌 쫀득한 계란 이불이 진국이다.

 

새벽 핫식스 이후로 아무것도 못 마셨던 터라 정말 달았다.

 


근처 시내를 좀 돌다가 다이소에서 과자, 사탕, 치약을 현지조달했다.(434엔) 건물이 통째로 오코노미야끼 집이라는 '오코노미무라'를 밖에서만 구경하고 그 앞 공원에서 좀 쉬었다. 한편 히로시마는 아래 영상에서처럼 생각보다 번화하고 인프라도 잘 갖춰진 도시라는 느낌이 들었다. 히로시마는 일본 제10의 도시라고 한다. 나라 내에서 도시의 상대적 규모를 한국으로 따지면 세종이나 울산 정도 포지션인데도 번화한 정도가 서울의 0.7배 정도는 되어보였다.
 

히로시마 시내 모습


히로시마엔 히로덴이라고 하는 노면전차가 질서정연하게 돌아다닌다. 나는 히로덴+버스+페리 탑승이 가능한 모비리 투어리스트 패스(3일 2,000엔. 싸돌아다니기 좋아하는 스타일이라서 가성비 좋았음)를 사놓았기 때문에 바로 히로덴 타고 슈케이엔으로 갔다.(입장료 260엔)
 
https://maps.app.goo.gl/24BchoGLK8PnEum39

슛케이엔 정원 · 2-11 Kaminoboricho, Naka Ward, Hiroshima, 730-0014 일본

★★★★☆ · 정원

www.google.co.kr

 

1시에 도착해서 슬슬 돌아다니다가 정자에서 폰질도 함


슛케이엔은 전형적인 일본풍 정원이다. 구경하는 사람은 주로 서양인들이었고 이따금씩 일본인들이 보였다. 연못 수질이 되게 안 좋은데 붕어는 살더라. 겨울이라 피어있는 꽃이 별로 없어서 감흥은 크지 않았다. 한편 나는 '곤니치와'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오네가이시마스' 등등 필수 일본어를 제외하면 주로 영어로 소통할 작정이었는데, 히로시마는 한국인들이 찾는 관광지 중에서 마이너한 축에 속하는지라 사람들은 모두 나에게 일본어로 말했다. 계속 파파고 켜고 돌아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니 정자에 앉아 아래 링크의 여행 일본어를 숙지했다. 패키지도 아니고 자유여행 갈 거면 역시 언어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https://livejapan.com/ko/in-tokyo/in-pref-tokyo/in-tokyo_train_station/article-a0003255/

일본 여행 일본어 회화 - 여행중에 바로 사용가능한 일본어 52가지 총정리 - LIVE JAPAN ( 일본여행·

일본여행을 갈 거라면 도움이 될만한 일본어 예문 몇 가지쯤 외워가면 좋지 않을까? 영어를 할 줄 아는 일본인이 그리 많지 않은데다, 내성적이기로 유명한 일본인도 일본어로 말을 걸어오면 더

livejapan.com


커피가 고파서 근처 스타벅스를 검색(일본까지 와서도 발길이 닿는 곳은 익숙한 다이소와 스타벅스였음)했고, 미츠코시 백화점으로 향했다. 100년 전 이상의 소설 주인공이 경성 길거리를 헤매다가 어느새 옥상에 올라가있었다던 그 미츠코시다.
 
https://maps.app.goo.gl/9MDizLMJUZa9rBU68

Starbucks Coffee - Hiroshima Mitsukoshi · 5-1 Ebisucho, Naka Ward, Hiroshima, 730-0021 일본

★★★★☆ · 커피숍/커피 전문점

www.google.co.kr

 

미츠코시 히로시마점

 
2층에 위치한 스타벅스에서 아이스 카라멜 마끼아또 때렸다.(491엔) 북적거리는 매장에는 일본인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분위기는 한국 스타벅스랑 거의 똑같다.
 

매장에서 먹고 가는 경우에도 일회용 컵에 담아준다. 컵이 예쁨


여기서 깨달은 점이 또 있었는데, 모든 상점 카운터에 작은 접시가 놓여있다. 스벅에서도 "톨사이즈 아이스 카라멜 마끼아또 히토츠 오네가이시마스. 이트 히얼" 하니까 현금을 아래 접시에 담아달라고 손짓으로 요청하더라. 직접적인 접촉을 피하여 돈을 주고받는 문화가 있는 것 같다.

스타벅스를 나와서는 발리에 호텔 히로시마를 3시 칼체크인했다. (카운터 직원 분께서 이름 Sechan을 세쨩으로 읽으셔서 좀 귀여웠음) 현금결제로 6천 몇엔 냈는데 기억이 안 난다. 그냥 총 지출로 정리해야 할 것 같다. 방에 짐을 풀고는 현금을 정리하는데 동전만 왕창 남아있다. 일본은 1, 5, 10, 50, 100, 500엔이 모두 동전인데 꽤나 액면가가 큰 100엔, 500엔까지도 동전이어서 동전 관리를 잘 해야 한다. 간식으로는 다이소에서 사온 복숭아티와, 스윙칩처럼 생긴 무언가를 먹었다. 스윙칩은 눅눅한 느낌이라 별로였으나 복숭아티가 딱 내 취향이었다.
 

다이소 매대에 거의 안 남아 있었길래 인기품목이구나 싶어서 사왔다. 정말 맛있다.

 
커튼 치고 잠깐 눈을 붙이려고 했는데 7시까지 퍼자버렸고 밖은 벌써 어두웠다. 일어나서 목욕한 뒤, 시내를 구경하러 길을 나섰다. 
 


 

히로시마의 밤

설렁설렁 나오니 벌써 8시였다. 비가 오고 있어서 프런트에서 우산을 빌리고, 마쓰야로 향했다. 일본의 김밥천국 or 국수나무에 해당하는 3대 가성비 밥집 프랜차이즈다. 그러나 마쓰야를 못 찾고 헤매다가 근처의 사누키야 카미야초텐으로 들어와서 카츠동을 시켰다.(800엔) 여긴 로컬 맛집은 아니고, 그냥 평범한 밥집이다.
 
https://maps.app.goo.gl/HpGQcPnPERaSynNLA

Sanukiya Kamiyachoten · 1 Chome-4-1 Otemachi, Naka Ward, Hiroshima, 730-0051 일본

★★★★☆ · 우동 전문점

www.google.co.kr

 

보기보다 맛있다.

 
맛은 한국에서 먹던 카츠동 맛과 비슷했다. 여기서 일본과 한국의 문화 차이를 다시 느꼈는데, 일본은 잔이 빌 때마다 첨잔이 뚜렷했다. 얼음물을 한두 모금 마실 때마다 점원 분께서 민망할 정도로 빠르게 얼음과 물을 리필해주셨다. 길을 나서 근처의 히로시마 원폭 돔을 보러 갔다.
 

원폭공원 내에서 자전거 타지 말라고 되어있는데 일본 잼민이들이 공원 안에 우루루 자전거 타고 돌아다니더라. 역시 잼민이는 어느 나라나 똑같다

 
원폭 돔의 설명에는 왜 히로시마가 원폭을 맞았는지에 대한 설명은 결여되어 있고, 원폭 돔이 어떤 건물이었는지, 어떻게 폭격을 맞았는지, 어떻게 보존되었는지 등의 설명만 적혀 있었다. (죄없는 민간인들이 희생된 점은 분명 안타깝고, 원폭공원의 입장에서 이를 취사선택하여 보여주는 것은 이해되지만...)

비도 오고 9시가 넘은 밤이어서 사람은 거의 없었고 분위기가 적적했다. 위령비 근처를 지나다가 그 뒤에 있던 서양 여성을 마주쳐 깜짝 놀라기도 했다.

 

다리를 건너서 찍은 원폭 돔과 그 뒤편의 오리즈루타워

 
아래는 한인위령비다. 원폭 피해자의 1할이 한국인이었으며 피해 복구 과정에서도 많은 희생이 있었다고 한다. 위령비 위치가 묘하게 공원 구석이고 하필이면 화장실 앞이어서 신경이 쓰였다. 

 
비 내리는 히로시마의 밤거리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날씨 때문인지 분위기 때문인지 적적해진 기분을 안고 걸음을 옮겼다. 일본의 유명 편의점 프랜차이즈인 로손에서 컵라면과 캔맥주들을 사서 10시쯤 호텔에 도착했다.(895엔) 
 

정치인들이 뭔가 토론을 하는 모양인데, 틀어놓고 핸드폰만 봤다.


하루 정산 결과 숙소비 포함 11,333엔을 사용했다. 캔맥주를 마시며 자정까지 유튜브를 보고 오펜하이머를 시청했다. 트리니티 실험 성공 장면에서 가슴이 웅장해지더라. 원폭 돔을 돌아본 직후라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양치하고 누워서 잤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