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스위스 거지체험 2박 3일

엉뚱나무 2024. 10. 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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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차 (인터라켄 도착)

 

마리엔 광장에서 만났던 분들과 헤어지고 인터라켄행 기차에 올랐다. 뮌헨->취리히->베른->슈피츠->인터라켄, 총 4개의 기차를 갈아타는 3번의 환승을 거쳤다. 유럽의 국가간 이동은 대체로 기차<저가항공<버스 순으로 피로도가 올라가는 것 같다. 이 날도 6시간이나 기차를 탔는데 몸이 피곤하진 않았다.

 

멍때리면서 독일 시골 구경

 

뮌헨에서 취리히로 가면서 보덴 호의 남쪽을 지났기 때문에 오스트리아를 관통했고, 통신사 신호가 잡혀서 난데없이 오스트리아 입국안내 문자가 수신되기도 했다.

 

저녁이 다 되어서야 인터라켄 호스텔 '해피 인 롯지'에 도착했다. 스위스 물가는 정신나간 수준이기 때문에 저녁밥은 현지 마트 Coop에서 장봐온 음식을 먹기로 했다. 물론 마트도 삼각김밥 하나에 5프랑(약 7500원)이라는 정신나간 물가를 자랑했다.

 


숙소 식당에 돌아와 맛대가리 없는 10프랑(약 15000원)짜리 샐러드를 우울하게 먹으며 스위스 최저시급을 검색해보고 있는데, 옆에 나타난 한국 분께서 인사해주시고는 소중한 닭다리까지 나눠주셨다. 이번 여행에서 한국어가 이렇게 반가운 적은 없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잤다.

 

2일차 (피르스트, 융프라우요흐)

 

쥐꼬리만큼 준 호스텔 조식을 먹고 인터라켄 오스트 역으로 출발했다.

 

융프라우 VIP 패스를 구매하면 기념여권, 할인 쿠폰 등 다양하게 받을 수 있음

 

융프라우 VIP 패스는 인터라켄 관광의 꽃이지만 수많은 관광객의 등골을 빼먹는 악의 축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준비해간 동신항운 할인쿠폰과 유스 할인(~만 25세)을 풀로 먹였는데도 170프랑(약 25만원)이라는 상당한 가격이었다. 앵간한 동남아시아 왕복 저가항공 가격이다.

 

그린델발트


먼저 그린델발트를 거쳐 피르스트에 갔다. 고등학생 때 유튜브에서 보고 언젠가 가보고 싶던 클리프워크의 로망을 이뤘다. 앞에 계시던 한국인 모녀와 서로 사진 찍어줬다.

 

피르스트 클리프워크 (위에 깃발이 꽂힌 장소가 포토스팟이다.)


그 다음은 글라이더를 탈까 했는데 대기 줄이 너무 길어서 카트로 바꿨다. VIP 패스를 단 하루 끊어놨으니 융프라우요흐까지 보려면 어쩔 수 없었다. 패스를 2일 이상 여유롭게 끊어놨으면 기다려서라도 글라이더를 탔을 거다.

 

 

카트 자체의 스릴은 파리 디즈니랜드의 어트랙션에 비하면 시시한 정도였지만, 펼쳐지는 알프스의 절경이 말이 안 됐다. 안전시설이 부실해서 핸들링 잘못 하면 낭떠러지로 굴러떨어지겠다 싶은 곳도 있었다.

 
짧은 피르스트 관광을 마치고 융프라우 VIP 패스의 꽃, 융프라우요흐로 출발했다. 가는 길을 안내데스크 직원 분께 여쭤봤더니 환승편까지 하나하나 알려주시면서도 지금 올라가면 1시간도 못 있을 거라고 걱정하셨다. 의지의 한국인은 그 정도 시간이면 충분했다.

 


융프라우로 올라가면서 느꼈지만, 스위스는 철도망이 촘촘하고 어디서 갈아타는지도 알기 쉽게 되어있다. 허구한날 전광판에 광고를 띄워서 지금 내가 어느 역인지도 알기 힘든 서울 도시철도와 다른 차원의 편의성이었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기차역이라는(3,185m) 융프라우역까지 올라오니까 기온이 영하였고 머리도 살짝 띵했다. 신나서 폴짝폴짝 뛰어댕기다가는 쓰러지기 딱 좋았다.

 

한국인이면 먹을 수 있음

 

그 유명한 융프라우요흐 신라면을 먹고 융프라우 근처를 둘러봤다. 스핑크스 전망대, 스위스 깃발이 세워진 포토존, 크리스마스 장식품 등등 구경할 거리가 의외로 많았다. (하나하나 둘러보려면 1시간으로는 역부족할 듯)


깃발 근처에서는 중국어를 쓰던 4인 가족에게 "부하오이쓰" 시전하고 사진 찍어달라고 했다. 아들분이 찍어주시고 옆에서는 딸분이 나더러 한궈런이냐 묻고는 "하나 둘 셋~" 하시던데 좀 감동이었다.

 


거의 막타임이라서 관광객이 드문드문 있었는데, 덕분에 뷰가 널널했다. 융프라우 근처에 쌓인 눈은 인생 처음으로 보는 만년설이었다. 조사하다가 맛이 궁금해서 한 조각 먹어봤는데 미네랄 때문인지 짠맛이 났다. (고여있는 만년설이 오히려 고대의 병원체를 품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5시 47분에 융프라우요흐 막차를 타고 내려갔다. 전날 만났던 한국 분들과 저녁을 먹기로 해서, coop에 들러 닭다리를 좀 사갔다. 맥주+닭다리+라면+햇반으로 오랜만에 한식을 먹으며 한국 분들과 든든하게 보낸 스위스의 마지막 저녁은 잊지 못할 것 같다.

 

3일차 (바젤 들렀다가 로마)

 

체크아웃 후 Bucherer에 들렀다. 융프라우 VIP 패스와 같이 받은 쿠폰을 제시하면 롤렉스 마크가 새겨진 티스푼을 받을 수 있었다.

 

https://maps.app.goo.gl/9MGtZqHemZm34T8C7

 

Bucherer · Höheweg 39-45, 3800 Interlaken, 스위스

★★★★☆ · 주얼리 디자이너

www.google.co.kr

 

공원 산책하며 주변을 둘러보니 온통 구름이 껴서 알프스가 보이지 않았다. 이번 스위스 여행은 융프라우 VIP 패스를 단 하루 끊어놓고 날씨가 좋기를 기도하는 기도메타였는데, 내가 융프라우에 다녀온 날은 흐리지 않았으니 날씨요정이 일을 잘 한 셈이었다.


12시에 인터라켄 서역을 떠나는 기차에 올랐다. 베른을 거쳐 2시에 바젤에 도착했다. 여기도 날씨가 흐린 것은 마찬가지라 우산을 쓰고 다녔다.

 

바젤 시내로 나오자마자 눈에 띈 기나긴 트램

 

바젤에 온 것은 저녁에 유로에어포트 비행기 탑승을 위해서였다. 뜨는 시간에는 바젤 시내를 산책하기로 했다. 알프스와 호수로 둘러싸인 소박한 인터라켄과 달리 바젤은 고층 건물도 있고 번화한 도시였다. 동양인은 뮌헨에서보다 마주치기 힘들었다.

 

라인강 건너 보이는 로슈제약 쌍둥이빌딩


바젤역 코인락커에 짐을 넣어두고 라인강까지 오니 강 건너편 쌍둥이빌딩이 눈에 띄었다. 검색해보니 로슈 제약의 Roche Tower였다. 노벨 생리의학상을 8명이나 받은 제약 강국의 기상이 엿보였다.

 

Coop 샌드위치


빅맥 세트가 2만원이라는 살인적인 물가의 압박으로, 저녁은 Coop에서 샌드위치랑 커피를 사서 라인강변에 앉아서 먹었다. 이따금씩 산책하는 현지인들 틈바구니에서 샌드위치 뜯는 것도 낭만있긴 했다.


짧은 바젤 구경을 마치고 유로에어포트로 향했다. 유럽 저가항공 '이지젯'을 타고 로마로 향했다. (유럽의 국가간 이동은 대개 저가항공이 기차보다 저렴했다.) 이로써 3일간의 스위스 거지체험 여행을 마치고 마지막 국가인 이탈리아로 입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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