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 보들레르의 '파리의 우울'은 줄글로 이루어진 산문시집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화려하고 낭만적인 파리의 모습이 아니라, 우울하고 쓸쓸한 19세기 파리의 이면을 그린다. 거리의 떠돌이, 가난한 사람들, 광대, 매춘부, 노파 등의 모습을 통해 고독한 인간의 감정과 삶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썩 낭만적인 시만 실려 있지는 않다. 길거리에서 만난 여자 집에 끌려가는 시, 여자 머리카락에 관한 얘기만 하는 시도 있다. 시집 전반에서 가장 와닿았던 2개의 키워드는 권태(ennui)와 도취였다. 보들레르는 권태를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대중과 유리되어 고독 속에서 창조적 열정과 자기 성찰을 즐기고자 한다. "인간의 모든 불행은 단 한 가지, 방 안에 가만히 머물러 있을 줄 모르는데서 비롯되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