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3일, 평화로운 밤에 비상계엄 소식이 들려왔다.
국회에 계엄군이 진입했다는 말을 듣고 지체없이 국회로 향했다.
헌법을 얕게나마 공부하면서 그 안에 담긴 의미를 곱씹어보았던 사람(5급공채 헌법 턱걸이로 합격)으로서, 군대를 앞세워 삼권분립의 한 축인 국회의사당을 점령하는 계엄은 정당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 헌법에 의거된 바에 따라 입법부·사법부와 상호 견제하며 국민의 뜻을 받들어 정책을 펼쳐야 한다. 상황을 뒤집어보겠다고 총기를 들고 일어나는 것은 친위쿠데타이고 폭동이다.
한강 자전거도로를 달리는데 헬리콥터가 여의도로 날아가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군대는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강력한 힘인데, 왜 그 힘을 국민 스스로 선출한 국회의원들을 진압하는 일에 사용하는 것인가?
국회 앞은 많은 시민이 모여 격양된 분위기였다.
외신 기자들도 속속 도착했고, 과잠을 입은 대학생도 많았다. 한 목소리로 "계엄 철폐," "계엄 해제" 따위의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대통령은 국민의 마음을 잃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쿠데타를 강행한 것이다.
1시간 정도 있다가 귀가했다. 집에 도착하고 나서도 밤을 꼬박 새웠고, 윤석열이 계엄 해제를 발표한 후에 잠들 수 있었다.
결국 이번 계엄은 국제적인 망신으로 끝이 났다.
대통령 그릇이 아닌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서는 국정을 운영했으나, 정작 가장 중요한 국민의 마음을 잡지 못했다. 군인 역시 군복 입은 민주시민이다. 비상계엄을 통한 친위쿠데타도 실패했다.
경제든 정치든 외교든 한국의 미래가 어둡다는 사실은 진작에 알고 있었다. 내란 사건을 계기로 마지막 남은 희망의 끈이 완전히 끊어졌다.
이 나라는 답이 없다.
애초에 대통령이 멀쩡한 청와대를 버리고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옆에서 국정업무를 본다는 것부터가 낌새가 수상했다. 군 최고 통수권자가 군대와 이처럼 지리적으로 밀접하게 위치한 상태가 지속된다면, 군을 앞세운 친위쿠데타가 다시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나라는 위태롭다.